망향1 -사람이 떠나야 할 때 -사람이 떠나야 할 때 불안에 영혼을 잠식당한 사람은 맹인과 다름이 없이 감각만으로 주변을 인식한다. 여기는 적진의 한복판인가, 베어야 하나? 아니면 그 동안의 악업들이 만들어 낸 인벌인가, 견뎌야 하나? 그도 아니면 진부한 신파극인가, 울어야 하나? 음울한 직감들이 무엇 하나 개운치 않은 결론만을 남긴 채 원념이 되어 내 몸을 관통해 지나간다. 그리고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엔 유령들처럼 옛꿈들이 날 원망하며 서있다. 생각이 생각을 좀먹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한 가지. 여기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허나 이제 와서는 떠나올 집도, 돌아갈 고향도 떠오르지 않는다. 고향과 뿌리를 잃어버린 사람에게도 이름 모를 향수는 남아서 삶을 이다지도 우습게 만들고 있을 뿐. 내면에서 조용히 부풀어 오른 무형의 .. 2023. 10.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