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1 -누가 나에게 이 길을 -누가 나에게 이 길을 벼랑 끝에 매달린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언젠가 절벽 끝에서 본 구원에 대한 확신 때문일까, 아니면 그런 착각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하고 말이다. 뭐가 되었든 간에 지금 이 시점에서 사학자라는 내 지향을 저울에 올려놓고 나머지 한 쪽에 전망, 생계, 가족 같은 단어들을 올려놓고 있자니 별로 좋은 얘기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이미 예전에 퇴로를 다 불사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간혹 나타나는 수많은 잡념들에 나는 아직 일희일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린 날의 치기인지 노인네의 아집인지 모를 마음이 역사를 붙잡고 끝내 놓아 주질 않는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한 적도.. 2023. 10.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