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의 노래1 [정태춘과 그의 음악세계]_03. 회한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버려진 이상주의자 버려진 이상주의자는 지나간 시대에 대한 회한과 다가오는 시대에 거는 희망을 노래한다. 세기가 바뀌고, 시대가 교차하는 1990년대 세기말에, 정태춘은 외환위기가 초래한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의 새천년을 향해 나아가는 세상을 목격한다. 이상향을 향한 투쟁의 섬광으로 정태춘을 깨웠던 대학가는 어느새 기득권에 편입되길 바라는 소시민들의 공간이 되어 있었고, 해체된 진보적 담론과 내면화된 경쟁사회는 그를 대중으로부터 고립시켰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여정을 함께 해오던 동지들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노풍(盧風)이 가져온 주류교체의 바람을 통해 권력은 시민으로 넘어갔다는 환상을 품었지만, 정태춘의 눈에 권력은 군부독재에서 자본독재로 이양되었을 뿐이었다. 한때 그를 움직였던 세상에 대한 분노와 갈망은 혼돈과 회의.. 2023. 11.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