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1 [정태춘과 그의 음악세계]_01. 시인의 마을에서 내려온 한국의 밥 딜런 태초에 모든 가수는 시인이었다. 고대 희랍(希臘)과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吟遊詩人)들은 영웅의 모험담과 운명의 비극을 소재로 한 대서사시를 훼손과 망각 없이 대중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각기 다른 선율을 덧붙여 노래했다. 태고의 가수들이 멜로디를 담아 발화하는 어휘 하나, 문장 하나에 대중들은 대자연의 신비와 만나기도 했고 천일야화의 황홀경에 빠지기도 하고, 노기 띤 국왕과 귀족들을 떠올리며 박장대소를 할 수도 있었다.어쩌면 정태춘이야말로 그런 음악의 시적 원형을 체현하고 있는 가수이다. 정태춘의 가사에는 어지러운 관념과 추상이 없다. 정태춘이 다루는 것은 오직 오감과 경험, 현실이 뿜어내는 정서적 분비물들이다. 시인이란 그 사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자라고 하였던가. 1집 [시인의 마.. 2023. 10. 27. 이전 1 다음